발효를 테마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장은 아직 작고,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식당을 운영하고, 술을 빚고, 브랜드를 만들고, 지역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발효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발효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브랜드와 창업가들의 고민, 시행착오, 성공과 실패를 퍼멘터즈가 직접 만나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현장에서 발효 비즈니스의 현실과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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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땅과 시간이 만든 맛
발효는 재료와 시간이 만나는 일이다. 좋은 사업도 그렇다. 제주로부터의 진정은 대표는 지난 9년 동안 제주의 땅을 걷고, 농부의 말을 듣고, 그 이야기를 도시의 식탁으로 옮겨왔다. 120팀의 생산자, 제주와 남해를 잇는 플랫폼, 그리고 발효가 숨 쉬는 제주의 음식 문화. 그 여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글·정리 신재관 (발효학교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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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제주로부터
업종 로컬푸드 큐레이션 플랫폼 / 농업 문화 기획
규모 3인 팀, 제주·남해 생산자 120팀 협업
주요 활동 온라인 유통, Farm to Table, 농부사진전, 워크숍, 기술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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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발효 문화
제주는 논이 없다. 땅에 물이 고이지 않는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대신 밭농사와 보리 문화가 발달했고, 그 환경에서 제주만의 독특한 발효 음식이 생겨났다. 진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내는 음식은 쉰다리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에 잘 쉬는 보리밥을 버리지 않고 누룩과 물을 더해 마실 수 있는 발효음료로 만든 것이 쉰다리예요. 저는 이게 제주의 검소함이 만든 지혜라고 생각해요."
남은 밥에 물과 누룩을 섞어 따뜻한 곳에서 반나절에서 하루를 두면 새콤달콤한 향이 올라온다. 지역에 따라 '순다리', '단술'이라고도 불린다.
상애빵(상애떡)도 빠질 수 없다. 막걸리로 반죽을 발효시킨 뒤 쪄내는 제주의 전통 발효 떡이다. 명절과 경조사에 두루 쓰였다. 요즘은 '제주 보리빵'이라는 이름으로 변형되어 이어진다.
지리돔젓갈, 제주 사람의 정체성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어류 발효가 발달했다. 진 대표는 멜젓, 갈치속젓 외에도 자리돔젓갈을 권한다.
"자리는 제주를 대표하는 작은 생선이에요. 소금에 차곡차곡 재워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면 억센 뼈가 부드러워지고, 단순한 짠맛을 넘어 감칠맛이 올라오죠."
자리젓갈은 밥 위에 올리거나 채소쌈에 얹은 쌈젓으로, 국·무침·김치의 양념으로도 쓰인다. 집 앞 텃밭에서 난 채소와 젓갈이 함께 오르는 제주의 '낭푼밥상' 문화가 바로 자리돔과 함께했다.
*낭푼밥상: 나무로 만든 큰 그릇(낭푼)에 밥을 가득 담아 가운데 두고, 여러 명이 둘러앉아 각자의 국과 함께 나누어 먹던 제주 고유의 전통 공동체 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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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기후가 만드는 차이
발효는 미생물이 일하기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진 대표는 제주의 높은 습도, 따뜻한 겨울, 풍부한 일조량,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암반수가 발효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고 말한다.
"육지에서 1년 걸리는 발효가 제주에서는 7~8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하더라고요. 발효가 잘 되면 향이 과하게 튀지 않고 색도 더 곱게 나온다고 해요."
제주 된장이 그 예다. 군내가 없어 발효균을 그대로 섭취하는 생된장을 즐겨 먹는다. 환경 자체가 맛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발효 생산자와 함께 만드는 생태계
진 대표의 파트너 생산자 중에도 발효 식품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제주 토종콩인 푸른콩(장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푸른콩방주',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댕유자로 전통청을 만드는 '마크로비오틱제주'가 대표적이다. 2년 이상 숙성한 댕유자 발효청은 감기약처럼 집집마다 두고 먹던 제주의 오래된 지혜를 담고 있다. 발효 식품 소농과의 협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발효 식품은 설명만으로는 다 전달되기 어렵잖아요. 생산자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고 오감으로 경험하는 자리를 만들면, 발효 식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기억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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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는 재료가 가진 성질을 읽고 시간을 들이는 일이에요.
창업도 마찬가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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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표가 말하는 '브랜드'는 로고나 패키지가 아니다.
"농부가 만든 가치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그는 밭에 나가 농부를 인터뷰하고 재배 기준과 철학을 기록한다. 그 이야기로 한 문장의 핵심 메시지를 만들고, 제철의 흐름에 맞춰 시즌 단위로 설계한다. 콘텐츠(사진·글·상세페이지)는 모두 직접 만든다.
"예쁜 풍경보다 신뢰를 만드는 장면—손, 수확, 선별, 밭—을 담고, 농부님의 말을 과장하지 않고 실제 언어로 살려요."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구매 전환을 빠르게 하고, 가격 비교가 아닌 가치 납득으로 이어진다. 오프라인 경험도 같은 맥락이다. 제로 킬로미터 테이블(농부 밭에서 함께 먹는 식사)과 셰프 다이닝을 통해 소비자가 '그날 먹었던 그 맛'으로 기억하게 만들면, 온라인에서 긴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경험을 한 분들은 제철이 돌아오면 기다렸다가 다시 찾아요. 로컬푸드에서 가장 강한 연결은 재구매입니다."
120팀을 움직이는 시스템
3명의 팀이 120팀의 생산자와 협업하는 비결은 '매뉴얼'이다. 시스템 매뉴얼뿐 아니라 관계, 협업 방식까지 신뢰 기준을 촘촘히 문서화한 '우리만의 방향 100가지'가 운영의 기반이다. 온라인 플랫폼(유통·콘텐츠)과 Farm to Table(경험·교육)이라는 두 트랙으로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주문이 많은 품목은 3~4명의 생산자 팀으로 묶어 공급 안정성을 높인다.
가격 구조도 다르다. '가격을 깎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지속 가능한 공급가를 먼저 정하고, 그 위에 운영비와 최소 마진을 얹는다. 판매 이후에는 판매량·고객 피드백·재구매 흐름을 생산자와 함께 공유해 다음 시즌을 함께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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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재료를 먼저 알아라
발효는 기술보다 재료가 가진 성질을 읽고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된장을 만들 때 콩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발효가 불안정해진다. 젓갈은 생선의 지방, 수분, 뼈의 강도에 따라 발효 방향이 달라진다. "레시피대로 했는데 왜 맛이 안 나지?라는 질문의 상당 부분은 사실 식재료에서 시작돼요." 책상이 아니라 재료를 직접 만지고 맛을 구분하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② 작게, 여러 번 시도하라
처음부터 크게 벌이기보다 작은 배치로 여러 번 만들어보고 반응을 기록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정확하다. "발효가 시간을 견딘 재료를 더 깊게 만들듯이, 창업도 시간을 통과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일이에요." 초반의 막막한 시간은 실패하기 좋은 시간이고, 많이 시도해보기 좋은 시간이다.
③ 성실한 루틴이 차이를 만든다
매일 자기 상품을 들여다보고, 비교하고,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루틴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 진 대표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다 지쳤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내가 다 하는 게 진정성이 아니라, 진정성이 흔들리지 않게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반복되는 일은 매뉴얼로, 기술은 동료처럼, 협업은 운영의 일부로 가져가면 지속이 가능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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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도 아직 제가 잘 해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제 루틴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지점에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발효학교에서 시작을 준비 중인 분들, 이미 현장에서 계절을 보내고 있는 분들 모두에게—이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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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멘터즈 한마디📨
퍼멘터즈 여러분의 생각이 매거진을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읽고 떠오른 생각,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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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눈 여겨 보고 있고, 알고 싶고, 궁금한 브랜드와 비즈니스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퍼멘터즈 매거진이 직접 취재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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