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발효는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
친밀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격렬하고, 동시에 아주 개인적이다.
한국의 길은 산을 뚫기보다 지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자연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환경과 함께 살아가려는 태도가 한국 발효에도 담겨 있다.
한국 발효는 자연을 통제하기보다 존중하면서 함께 발효를 이어가는 문화다. 이것이 한국 발효의 가장 어려운 점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발효는 아직 잘 정의되고 알려져 있지 않다. 상업적으로 체계화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발효는 개개인의 역량과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자연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효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한국 발효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생산자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라.
단순히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어떤 시간과 고민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를 가까이에서 보아야 한다. 많은 경험과 지혜, 영감과 통찰 그리고 력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만을 위한 발효를 하지 마라.”
발효는 결국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며, 함께 먹고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제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한국 발효를 세계에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한국 발효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특히 메주와 누룩 같은 발효제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환경과 함께 만들어지는 문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발효는 아직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생산자들은 자신이 만든 것이 얼마나 좋은지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맛 자체보다 “사용 경험”을 전달하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발효는
딱 하나를 고를 수는 없다.
한국을 통해 발효는 꼭 정해진 방식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자연스럽고 우연적이며 자유로워도 괜찮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의 쌀로 만든 술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쌀 발효주는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특히 막걸리의 다양성은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독창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국 전통 발효의 강한 맛과 향은 해외에서 장벽이 되지 않을까
발효 자체가 원래 낯설고 이상한 것이다. 발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모든 발효가 새롭고 독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강한 향에 집중하기 보다, 그것을 어떻게 경험으로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발효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네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일 수 있을까
한국 전통발효음식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음식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 여러 발효 음식들과 비교했을 때 맛과 품질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미 좋은 재료와 방식, 역사와 문화가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젊은 세대들이 전통 발효를 바라볼 때, 모든 것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케팅, 브랜딩, 협업, 콘텐츠처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고민해야 한다.
나 역시 발효 제품을 소개할 때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함께 이야기한다. 한국 발효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경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발효는 몇 번 배운다고 쉽게 다 알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동안 발효를 연구하고 생산한다. 그래서 언제나 학생 같은 태도로 겸손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 또 한국에는 이미 훌륭한 생산자들이 많다. 모두가 생산자가 되기보다, 생산자와 대중을 연결하는 다양한 역할과 영역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앞으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들이다.